HellRevision

'헬리비젼Hellivision'의 첫 번째 앨범인 '헬리비젼HellRevision'이 발매되었다. 총 7개의 트랙을 담고 있고,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스튜디오 삼왕에서 녹음되었으며, '네눈박이 나무 밑 쑤시기'와 '머스탱스'에서 드럼을 치던 류광희의 치킨집, ‘레게 치킨 레코드’의 첫 번째 카탈로그가 되었다. 기타리스트 이태훈은 베이시스트 오건웅을 만나 (분명 술을 마시다가) ‘좀 더 강한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오건웅의 추천으로 드러머 정지완을 만나 가장 단순하고 오소독스한 밴드의 형태를 갖췄다. 이들은 2011년 말부터 홍대 앞에서 공연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알 만한 팬들에게 꽤 인기가 높아졌다.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라고 하더라도 각종 기계를 라인에 연결해서 소리의 잔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요즘의 경향인데, 헬리비젼의 음악은 그러한 유행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즉, 이들은 드럼과 베이스가 서로 경쟁하듯 격렬하게 음악의 모터를 돌리면, 기타가 그 위에 올라타 실질적 프론트맨의 형식을 취하는 3인조 밴드의 전통적인 방법을 골랐다. 아마 세 명의 연주자들이 잼을 통해 곡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는 록음악을 연주하는 밴드뿐만 아니라 재즈 트리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형식인데, 각 파트의 기본적인 연주 역량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꽤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 가장 투명하게 연주자의 역량을 드러내는 형식이라 하겠다.

하지만 헬리비젼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는 이러한 트리오 형식을 기본으로 하는 음악들의 컨벤션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왜냐하면, 연주자 각각의 면모와 취향이 엇비슷하면서도 꽤 다르기 때문이다. 기타를 치는 이태훈은 U.C. Davis라는 학교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의 활동은 주로 백인의 음악이 아닌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펑카프릭 & 부슷다'에서는 훵크를 연주했고, 현재는 '화분'이라는 팀에서는 삼바를, 그리고 '세컨세션'에서는 훵크와 재즈의 경계에 있는 애시드하고 그루브한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 '야생마' 밴드로 유명했던 '머스탱스'에서 베이스를 치던 오건웅은 6, 70년대의 영미권 페스티벌 음악, 즉 약쟁이 사이키델릭을 그럴듯하게 복각해서 특히 '아저씨' 평론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전적이 있다. 게다가 드러머 정지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의 드럼 뒤에서 기타의 중첩되는 텍스쳐들을 예민하게 안내하면서 슈게이징의 방법론을 익혔고, '속옷밴드'가 잠깐 휴식을 가질 무렵에는 홍대 1세대라 구분되는 '코코어'의 드러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음악적 취향을 가진 연주자들이 하나의 음악 안에서 만나고 있으므로 헬리비젼의 음악이 꽤 다양한 스펙트럼을 내재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첫 번째 곡 '남색'에서 마지막 곡 '킨키'까지 이어지는 러닝타임 속에서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높은 음압으로 달려가는 록 앨범의 미감을 드러내지만, 각 악기의 편성이나 곡의 미세한 구조들은 록이 아닌 다른 장르 음악의 방법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즉, 이태훈의 기타는 강력한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한 '질감의 리프'라기 보다는 노트 하나하나를 미세하고 자잘한 테크닉을 통해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세기의 리프'다. 그리고 그의 리프를 돋보이게 하는 오건웅과 정지완의 리듬은 정신없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청자 뿐 아니라 연주자 역시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강력한 사이키델릭의 냄새가 담겨 있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재즈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슈게이징, 혹은 슈게이징 드러머가 연주하는 훵크, 사이키델릭 베이시스트가 연주하는 재즈, 훵크 기타리스트가 연주하는 사이키델릭처럼 형용모순을 일으킨다. 말로 옮기자면 낯설어지고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은 어쩌면 마일스 데이비스 이후로 끊임없이 시도되었던 장르 간의 융합을 가장 직설적으로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다지 낯선 것은 아니다. 이제껏 한국에서 시도되었던 ‘퓨전’ 음악들이 이미 퓨전을 거쳐 완성된 영미권의 유명한 레퍼런스를 복각하는 것이었다면, 이들의 퓨전은 그러한 시도보다는 확실히 원초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 트리오에는 뾰족한 음악적 지향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연주자로서 세 명의 멤버가 개인적으로 가진 방대한 음악적 취향을 늘어놓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각자 활동하던 영역의 교집합을 오롯이 추출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세 명의 연주자들의 취향 전부를 아우르는 합집합의 음악. 때문에 비균질적인 소리는 잘라내야 할 요소들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 삽입시켜서 트랙마다 마찰을 일으켜 비릿한 풀냄새를 피우기 위한 불씨로 사용된다. 테노리온이나 트럼펫을 이용하여 미니멀한 재즈의 초기 버전을 연상시키는 그 무언가를 시도해 본다거나(마법, 할), 루츠 레게를 연상시키는 곡 진행(연착)을 채택하는 등, 그들의 음악에서 레퍼런스에 대한 힌트처럼 엿보이는 요소들은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하나의 장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이 지금처럼 복잡하게 진화하기 이전의 원형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제의적인 감각, 즉, 싸이키델릭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볼 수 있다.

복잡한 믹싱 프로세스를 많은 부분 생략해서 오히려 재료의 맛을 살리길 원한 것이 밴드의 의도였다면 이 앨범은 매우 훌륭하게 그것을 구현한다. 하지만 레코딩과 믹싱이 상당히 투박한 편이라서, 결과적으로 음악의 성격과 의도를 날카롭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다. 투박함 속에 담긴 날 것의 에너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면, 날 것으로 보이게끔 포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좀 더 친절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먹기 좋은 음식과 맛있는 음식은 조금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어찌 되었건 헬리비젼의 이 데뷔앨범에는 잼을 그대로 녹음해도 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의 연주자 세 명이, 각각의 레퍼런스라는 세 개의 실타래를 뽑아내어 바닥에 어지럽히고, 다시 기괴한 형태로 감아 하나의 실타래를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한국을 비롯 세계의 어느 구석에서건 접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록, 혹은 재즈 앨범.

함영준 (로라이즈)

오건웅 (bass&테노리온) /김태훈 (guitar&트럼펫)/정지완(drum&퍼커션)

 

 

Hellivision의 ‘HellRevision'

앨범이름그대로의 해석이라면 “지옥의 교화” 이라는 극히 메탈음반을 연상케하는 타이틀을 걸고 있다.
총 7곡으로 그 중3곡은 12~17분을 넘고 있으며 나머지 4곡또한 7~8분의 길이로 일반적인 앨범에 비해
절반정도의 트랙수이나 대곡의 형식을 갖고 있다. jamming을 바탕에 두고 있는 밴드인만큼 가장 즉흥적이고
클래식한 록사운드를 재연한 앨범을 지향한다.

 

1.남색- 70년대 Art Rock 느낌에서 2000년대 Dub스타일의 장르변환 이루어진 크게 두 테마의 곡.
2.Hal- 테노리온으로 연주한 디지털 루프가 특징이며 라운지한 느낌의 미들템포곡

 

3.숙취- 긴구성 안에서 즉흥적인 연주와 사운드를 만들며 악기간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특징.
제목처럼 몽롱한 느낌으로 시작, 거칠고 신경질적인 톤으로 중후반부로 전개되며 ‘남색’과 함께 가장 헬리비젼
스타일을 대표하는곡.


4.마법-‘hal'에서 사용한 테노리온의 디지털 루핑과 트럼펫, 효과음 위주로 구성되어 앨범중 가장 일렉트로닉한
느낌의 곡.


5.기면-라틴삼바리듬을 기본으로 경쾌한 헬리비젼 사운드를 표현.


6.연착-French Dub 스타일과 정통 Rock의 경계.


7.킨키-빠른비트와 가장 록킹한 기타리프로 솔로또한 펜타토닉 스케일의 메탈향수를 느낄 수 있으며
앨범의 길고긴 trip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곡으로 구성하였다.